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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 가디언즈] HOMAS

by 인사1 2020. 8. 25.

 

 

그 곳은 펠윈터 봉우리보다 높은 곳에 자리한 곳이었다. 전쟁군주 중 아무도 손을 대려고 하지 않은 곳. 여기에서 수호자가 탄생하더라도 엔간하지 않으면 이 곳을 헤쳐나갈 수가 없겠구만. 엑소라 하더라도 말이야. 고스트가 생각했다. 이 근처를 탐사하던 수호자들에게 저 봉우리로 올라갈 거라고 말하자, 그들은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원목 의체를 선물해주었다. 이것이 그나마 온기를 잃지 않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덧붙여주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적어도 그 의체는 금속으로 된 자신의 겉면보다는 덜 빠르게 식어갔다. 눈발에 뒹굴더라도 따뜻함이 남아있었다. 해골은 발 밑에 수없이 널려 있었지만, 고스트는 남은 온기가 모두 꺼져가기 전에 수호자를 찾기 보단 일단 온기를 찾고 나서 다시 주변을 탐사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고스트가 멍청하지 않았음이 곧 드러났다. 눈발 사이, 거대한 돌로 된 대문같은 구조물이 있었다. 그 뒤에는 돌로 만들어져 반 쯤 암굴로 묻힌 사찰이 있었다. 

사찰 안으로 들어간 고스트는 적어도 온기를 더 이상 잃지 않음에 감사했다. 안 쪽은 직접적인 불은 없었지만 은은하게 따순 공기가 감돌았다. 주변도 살짝 노란 빛이 감돌고 있었다. 증기를 이용한 자가발전 기관인가? 이 곳의 입구는 한 번 중력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굽어져 있어 눈이 쉽게 들어차지 않았다. 세상에 영구기관이란 없지만, 영구기관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아마 이 상태라면 몇 년은 더 가겠다고 고스트가 생각했다. 빛을 따라 고스트는 사찰의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기본적으로 지형상 중앙아시아의 빛이 깃들어 있었지만, 복도식으로 만든 사찰은 일본식, 그리고 실제적으로 방이 나뉜 복도가 아니라 방 하나가 건물 하나 기능을 하는 지하도시처럼 생겼다는 것은 마치 한국식을 떠올리게 했다. 황금기에 생긴 새로운 종파로구만. 그렇다면 이렇게 구식 방식으로 반쯤 묻혀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한참 뒤, 주변을 살피던 고스트는 이해되지 않는 게 새롭게 생겨났다. 사람이 살던 흔적이 보이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단백질이 썩어가는 성분 - 시체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인 - 해골 조차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주변을 한번 커다랗게 스캔하였지만 알 수가 없었따. 제 의체의 꼭짓점 부분으로 닫힌 방들을 비집고 밀어 들어가며 고스트는 모든 방을 훑기 시작했다. 

돔이나 정육방면체 처럼 생긴 거대한 방은 보통 고대 동아시아에서 우상을 모시는 방으로써의 역할을 했다. 

그 안에 있던 것은 인자한 미소를 띈 자도 아니었다. 연꽃을 들고 베일과 금빛칠이 된 자도 아니었다. 

여행자였다.

흰 색의 구. 고스트가 생겨나지 않았던 시절. 거뭇거뭇한 부분이 없는 흰 색의 구로 이루어진 대리석 조각이 그 방의 정한가운데에 있었다. 받침대에 적힌 말은 고대 이 지방의 언어였지만 해석하면 다음과 같았다. 붓다 가라사대. 45만년 뒤 최후의 인류를 구원키 위해 관음세보살이 강림하시니, 이 기록을 받들어 우리는 관음세보살님이 백색의 구로 강림하셨다 하여 이 자리에서 그의 뜻에 따라 극락행을 몸소 실현키로 한다. 

 

여행자의 조각이 그들을 둘러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조각 주변에 수 많은 이들이 있었다. 전원을 내린 엑소도 있었고, 아예 자신의 코어를 파괴한 엑소도 있었다. 인간들이 자결한 방법은 더 다양했다. 온갖가지 비참한 방법으로 그들은 이 방 안에서 쓰러져 생명을 멈췄다. 그 사찰 안을 모두 뒤지더라도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 이 곳에 모두 모여서 그 극락행 - 지금 시점으로 비유하자면 승천 차원으로 떠나는 길을 간 것이다. 그들이 정말로 승천 차원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들 중에 하나라도 여행자의 빛이 될 자질이 있는 자가 있다면 적어도 그들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단걸까. 어지럽게 늘어진 엑소들과 인간들을 스캔하던 고스트는 그리 생각했다.